일을 잘하려면, 잘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이 적힌 두 장의 메모를 중앙의 팀 결정문으로 모으는 두 사람의 손을 위에서 내려다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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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는 감정을 빼고 소통하면 감정 상할 일도 없어요.”

이 말을 들으면 나는 조금 걸린다.

무슨 뜻인지는 안다. 일을 하면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감정을 뺄 수 있을까?

일은 사람이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사람이 하는 이상 감정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대했던 일이 잘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쉽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하다.

감정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잘 싸운다는 말

나는 일을 할 때 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들으면 조금 거친 표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싸움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다. 생각이 다를 때 다른 척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 지금 결정에 위험이 보인다면 그것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냥 넘어가면 편하다. 분위기도 깨지지 않고 회의도 빨리 끝난다. 하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내 주장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도 내가 생각하는 잘 싸우는 모습은 아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묻고, 내 생각도 전달해야 한다.

글로 쓰면 간단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쉽지 않다.

의견과 사람을 섞지 않는 것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와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는 다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의견에 대한 반박이 어느 순간 사람에 대한 평가로 바뀌기도 한다. 상대를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말하거나, 내 말만 맞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일을 위한 논쟁이 아니다.

잘 싸우려면 사람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

내가 이기려는 건지, 우리가 하는 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져가려는 건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에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적으면서, 리더십은 직함보다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가깝다고 썼다. 의견이 갈렸을 때 어떤 말을 고르는지도 그 영향력의 일부일 것 같다.

결정된 뒤가 더 어렵다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순간이 있다.

팀이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결정했을 때다.

나는 충분히 이야기했고, 여전히 내 생각이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원한 방향도 아닌데”라는 마음으로 한발 물러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팀이 이야기를 거쳐 방향을 결정했다면, 그다음부터는 그 일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정되기 전에는 솔직하게 부딪친다.
결정된 뒤에는 같은 편이 되어 움직인다.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핑계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해야 할 말은 피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잘 싸우는 방법이다.

말은 쉬운데, 막상 쉽지 않다.
나도 계속 연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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